무엇이 우리를 그리게 하는가.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 마음에 남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그 무엇,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그리면서 우리는 알게 됩니다. 그리는 일은 종종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인간을 Homo Pictor, 그리는 인간이라 부르는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작가는 그리면서 자신이 무엇을 보고 느끼는 사람인지 알아 가지만, 자신의 작업을 온전히 설명하기란 여의치 않습니다. 오랜 시간 붙들어 온 이미지에도, 작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 생각과 감각이 남아 있습니다. 아무리 사실적인 작품이라도, 작가의 생각을 작품 안에서 누구나 저절로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의 언어화를 공부한 작가일지라도, 자신만의 작업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작가노트는 작업에 대한 저마다 다르고 막연한 감각이, 작가의 시선과 사유를 따라 이해에 이르도록 이끄는 마중물입니다. 작가노트가 작품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는 글이 아니라, 작업을 이끈 작가만의 작업 언어로 쓰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업과 미술 현장, 글과 논리를 아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인 노두스는 작가만의 작업 언어를 발굴하는 데 주력합니다. 작가 스스로도 작업의 근원을 되짚고, 아직 자신에게조차 낯선 생각을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언어를 길어 올리는 그 발견의 과정에 작가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노두스 구성원들은 작업 현장에서 작가노트 쓰기를 어려워하는 많은 동료 작가들을 보아 왔습니다. 작가노트를 철학자의 멋진 개념으로 표현하거나, 군더더기 없는 유려한 미문의 연결로 오해하는 모습도 종종 마주했습니다.
그러나 작가노트는 문학작품처럼 독립적인 예술 작품이 아니라, 작업에 깃든 사유의 궤적을 담은 글입니다. 작가노트에는 조탁된 언어만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상상력이나 미완의 질문이 담기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노두스는 문장을 다듬기 전에, 작가의 욕망을 비추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철학적 개념을 입히고 싶다면, 우선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고, 작업과 개념의 조응을 이끕니다. 난해한 개념에 거부감이 있고 평소 언어가 담백한 작가라면, 그 시선과 일상에서 작업 언어를 길어 올립니다.
함께 지은 글이라도, 작가의 사유에서 작업 언어를 발굴하기에 작가노트는 작가의 글입니다. 노두스가 작가노트를 함께 짓는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노두스는 매듭을 뜻하는 라틴어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의 매듭, 즉 인지의 매듭을 갖고 있습니다. 작가에게는 아직 작업 언어로 옮겨지지 못한 사유의 매듭이 있습니다. 그 매듭을 하나씩 짚고 풀어내어, 작가 스스로 자신만의 작업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입니다.
INJIHAESO™(인지해소™)는 노두스의 고유한 방법론입니다. 사람의 앎으로 오해를 풀어내는 일이자, 인지의 매듭이 풀리는 경험의 공간을 뜻합니다.
人知解消 · 認知解(消)所
굵기가 다른 두 획이 하나의 원으로 만납니다. 작가와 노두스가 함께 긋되, 안쪽의 완전한 원은 작가의 사유를 온전히 비춘다는 의미로 그렸습니다.
원을 가로지르는 선은 8°로 기울어 있습니다. 광섬유 끝면을 비스듬히 갈아, 되돌아오는 반사광을 줄이는 각도입니다. 노두스는 이 8°의 원리에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본질을 왜곡 없이 전하려는 태도를 발견했습니다. 작가의 고유한 언어를 발굴하되, 치장하거나 비틀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창작자를 위한 인지해소™ 스튜디오’ 노두스는 온라인상의 시공간입니다. 만나야 하는 관계의 부담 없이, 일정한 거리에서, 휘발되는 말이 아니라 이메일 기록을 더해가며, 사유의 반영을 통해 작가만의 작업 언어를 짓습니다.